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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코레일, 주말 승객 가득싣고 깨진 유리창 달고 운행, 안전불감

kAUdo 2013. 1. 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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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300km 이상 속도로 달리는 KTX 차량이 유리창이 깨진 채 질주해 승객들이 불안에 휩싸였다. KTX를 운행하는 코레일측은 유리가 깨져도 보호필름을 붙여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말에 900명 이상 승객을 태우고 '바람'처럼 고속열차가 내달려도 특별한 승객 보호 없이 주행을 계속한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토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9시50분 서울역에서 출발해 동대구로 향하는 KTX 산천 271 열차는 유리창 일부가 산산조각 난 채 운행됐다.

깨진 유리창 좌석에 탑승한 A씨(31)는 "탑승 당시 유리창은 이미 깨져 있었고 그런 상태로 여러 차례 운행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객차 내 여객전무에게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운행 중 유리조각이 흩뿌려져 열차에서 사고라도 나면 승객 전원이 위험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당시 주말이라 좌석이 모두 차 있어 자리를 바꿔 줄 수 없다고 했다"며 "목적지인 대전까지 가슴 졸이며 열차를 탔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14일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다 눈이나 얼음조각에 열차가 부딪치면 유리에 균열이 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유리창이 파손됐지만 고속열차는 추가 운행을 강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 수백 대가 넘는 열차 편성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깨진 유리 근처 좌석은 승차권을 팔지 않고 판매된 경우에는 유리창과 가까운 좌석에 앉은 승객들을 다른 좌석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주말 만차라)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속열차 유리창이 깨졌지만 승객 안전은 도외시한 채 긴급 정비 등도 없이 스케줄에 따라 추가 운행을 이어갔다는 해석이다.

코레일측은 유리가 깨져도 운행과 안전에는 지장이 없음을 특히 강조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고속열차의 창문은 이중 안전유리로 제작된다. 이중창 가운데 16mm 공기층이 잡혀있어 바깥쪽 창에 균열이 생겨도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KTX산천 개발에 참여한 현대로템 관계자는 "고속으로 터널에 진입할 때 눈이나 얼음 덩어리가 튀어오르면서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2중 강화유리가 2겹으로 돼 총 4개의 유리가 있으며 PVB(폴리비닐부티랄) 필름이 유리를 잡아주고 있어 운행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KTX의 유리창이 깨졌을 경우 외관상 느껴지는 승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수리 전까지 보호필름을 붙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고장 열차는 수리 시설로 보내진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배준호 고속철시민모임대표(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레일의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승객이 불안하지 않도록 다른 좌석으로 옮겨줬어야 한다"며 "만석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다면 요금을 환불해주거나 그래도 승객이 불안해하면 승무원들이 거처하는 곳이나 특실 남은 자리로 옮겨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코레일 비전 선포식에서 "현재 세계 3위 수준의 철도 안전성을 2020년에는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시민 오모씨(41)는 "승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없이 사장이 선포한 '세계 최고수준의 철도기업'이 되는 길은 멀게 느껴진다"고 꼬집었다.